야스노야 지로, 용산 - 구워주는 삿포로식 양고기

양고기도 때때로 섭취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돼지나 소에서는 맛볼 수 없는 양 특유의 그 고소한 기름향이 간혹 땡길때가 있거든요. 다만 양고기는 다른 고기들보다 취급하는 곳 찾기 쉽지도 않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항상 벼르다 날을 잡아 가게 되는데요, 이 날이 바로 그 양고기 먹는 날이었습니다. 용산에 괜찮은 양고기 구이를 적당한 가격에 세트로 제공하는 곳이 있다해서 찾아가보았습니다. 용산 열정도에 위치한 야스노야 지로 입니다. 

 

야스노야 지로는 용산역 근방 열정도라고 불리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게 외관에는 한국말이 하나도 안 적혀 있어 지도보고 가다가도 별 생각없이 지나치기 딱 좋습니다. 

가게 오픈은 6시고 첫 타임은 예약을 받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워크인 손님만 받는다는 듯. 들리는 이야기로는 어지간해서는 매일 웨이팅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이 날 저희는 예약을하고 방문했습니다. 첫 타임 예약 시간이 다소 애매해서인지 좌석이 꽉 차진 않더라구요. 

아무튼 가게 내부는 주방을 둘러싼 카운터 석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손님 일행마다 직원이 한 명씩 배정되서 바로 앞에서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방식. 

 

로고 냅킨에도 한국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뭐 어쨌든 느낌은 사는군요. 

 

메뉴판 종이 재질이 특이합니다. 저희는 일종의 코스인 오스스메 세트를 먹기로 했습니다. 인당 33,000원에 음료 한 잔씩 주문 권장입니다. 

 

오스스메 셋트 (33,000원, 1인 당)

앉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이 다 세팅되어 있습니다. 착석과 동시에 불판을 달구고 기름칠을 시작하십니다. 

 

조명이 은은해서 고기 굽는 모습이 멋지게 나오는 편

 

직원분이 구워주신 고기는 앞쪽 까만 철판 접시에 올려줍니다. 구워주면 우리는 잽싸게 구워먹기만 하면 되는 구조입니다. 

 

개인 테이블 세팅은 이렇게 준비됩니다. 우측에는 절임반찬과 간장인데,

 

간장에는 시치미와 함께 비치된 마늘짜개로 간장에 취향껏 마늘을 짜넣으면 됩니다. 

 

물론 소금과 와사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젓가락 받침대로는 땅콩이 나옵니다. 장식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진짜 땅콩이었음

 

가쿠 하이볼 (7,000원, 토닉)

하이볼 하나 마시면서 고기를 기다리는 중. 뭔가 양고기엔 맥주가 어울릴 거 같은데 맥주 먹으면 배부르니까 하이볼을 주문했던 것입니다 

 

징기스칸 생양고기

먼저 구워주시는건 징기스칸 양고기. 조명이 좋아서 그런지 사진으로 보이는 때깔도 굉장히 곱네요

 

직접 구워주십니다. 저희가 할 것은 오직 구경 뿐

 

할게 없으니 괜히 사진을 더 많이 찍게됩니다. 

 

조명이 멋져서 그런지 연기도 멋지게 찍히는군요

 

구워진 고기는 철판 앞접시로 올라옵니다. 

 

잘 구워진 양고기입니다. 부드럽고 씹히는 질감도 좋습니다. 고소한 양고기 기름향이 코를 간지럽힙니다. 

 

이날 제가 먹었던 양고기에서는 누린내도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양고기인만큼 아예 양고기 향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불쾌할 정도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날마다 편차가 있는건지 제가 둔감한건지 다른 날 방문했던 친구의 말로는 다른 양고기집에 비해 잡내가 꽤 강한 편이었다하더라구요. 

 

함께 구워주는 파도 상당히 맛있습니다. 양고기가 꽤 기름진 편인데, 이렇게 구운파를 중간중간 하나씩 먹어주면 입안 기름이 씻겨내려가는 느낌입니다. 

 

카타마리 생양고기

순식간에 첫번째 양고기를 해치우고 두번째 고기로 돌입합니다. 이번에 나온 것은 카타마리 생양고기라고 합니다. 어디 부위인지 여쭤보고 답변도 들었는데 그새 까먹어버린 것입니다. 아마 살치살이라 했던 것 같긴합니다. 아니면 갈비살인가..

 

아무튼 두툼한 부위라 구워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입니다. 

 

그래도 고기 굽는거 구경할 수 있어서 심심하지는 않습니다. 

 

가위로 가차없이 커팅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앞접시에 올려주십니다. 참고로 앞접시 밑에는 고체연료가 있어서 나름의 보온이 되는 시스템

 

이번에는 간장보다는 와사비와 함께 먹기를 추천하시길래 와사비에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원래 와사비의 매력을 잘못느끼는 편인데 이 날은 와사비가 꽤 맛있었습니다. 고기와 함께 먹으니 아주 맵지도 않고 단맛이 잘 살아있었습니다. 

 

이번 부위 역시 부드럽고 고소한 가운데, 아까 부위보다는 좀 더 질감이 튼튼한 느낌. 고기 먹는 느낌이 더 나는 부위였습니다. 양고기 향도 아까보다 조금더 강했구요

 

다음 고기로 가기전에 숙주타임을 한번 갖습니다. 

 

원래 이런 식으로 구워먹는 북해도 스타일 양고기에는 숙주를 자주 곁들인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삿포로 못가봐서 진실인지는 모릅니다.

 

숙주를 굽고 나서는 양고기 함박이 준비됩니다. 

 

불판에 올려놓고 토치로 사정없이 지져버립니다

 

그리고 가장자리에 톱날이 달린 스푼이 준비됩니다. 나이프겸 스푼으로 사용하면 되는 모양입니다.

 

양고기 함바그

완성된 함바그의 모습. 살짝 살짝 그을린 것이 멋있습니다

 

반 갈라서도 사진 한방 찍습니다. 안까지 아주 푹 익히는 스타일은 아닌가봅니다. 다짐육을 덜 익히는 것은 그만큼 질 좋은 고기를 썼으니 가능한 일이겠지요. 아니면 배탈날수도 있음

양고기 육회도 취급하는걸 보니 확실히 걱정할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먹고나서 저도 탈 없었기도 했구요

 

촉촉함이 살아있습니다. 부들부들하게 입안에서 녹아 넘어갑니다. 만족스러운 맛

 

간장 씩은 숙주와도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리네요.

 

함바그 라이스

3분의 1 정도 남겨서 주방에 드리면 함바그 라이스로 만들어줍니다.

 

슥슥 비벼서 먹으면 됩니다. 

 

버터향 가득해 고소하고 풍부한 맛입니다. 직관적으로 맛있지만 많이먹으면 물릴 맛이긴 한데 애초에 양이 많지 않아서 상관없습니다.

 

함바그만 먹는 것보다 이렇게 탄수화물과 함께 먹으니까 더 맛있습니다. 이 날 먹은 메뉴 중 제일 맛있었던 것

 

오차즈케

마지막으로 오차즈케가 나옵니다. 오차즈케란 녹차에 밥을 말아먹는 일본 요리. 한국에서 입맛 없으면 찬물에 밥 말아먹듯이 일본에서는 녹차에 밥을 말아먹는다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녹차향 진해서 상당히 괜찮습니다. 녹차가 여태 먹었던 온갖 기름진 음식들을 일순간에 정리해버립니다. 둥둥 떠있는 구운 밥알도 고소한 향이 굉장히 좋구요

 

고기 먹고 가득해진 기름기를 마지막에 한번에 닦아내리는 쾌감같은 것이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아까 젓가락 받침대로 썼던 땅콩을 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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