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요리 팔공, 신림 - 양파가 돋보이는 짜장면과 볶음밥

양파는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보입니다. 생으로 춘장에 찍어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단맛이 좋고, 걸쭉해질때까지 오래 볶아 카라멜라이즈하면 기분 좋은 단맛이 생겨 어떤 요리에 넣어도 맛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한편 중식에선 양파를 강한 불에 잽싸게 훅 볶아 매운맛만 날려 내는데요, 아삭한 과육 안에 여전히 단맛과 시원함을 품은 수분을 품고 있기에 기름진 요리와 잘 어우러집니다. 

하지만 양파를 강불에 훅 볶아 매운맛만 날리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떤 간짜장에는 생양파의 알싸함이 소스의 느끼함을 뚫고 나올정도로 강하기도 합니다. 제대로 볶은 양파라면 알싸한 맛은 최소한으로 남기고 단맛과 시원함만으로 짜장 소스의 느끼함을 걷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신림에 위치한 한 중국집에서 그런 짜장면과 볶음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중화요리 팔공'입니다.

 

중화요리 팔공은 신림역과 봉천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걸어가기 살짝 애매한 위치. 신림역 방향에서 접근한다면 양지병원 방면으로 쭉 걸어나가면 됩니다. 

 

가게 내부는 대강 이렇습니다. 테이블 간격은 널널합니다.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일단 오늘은 짜장면과 볶음밥 그리고 군만두를 먹어볼 예정입니다. 군만두와 탕수육과 깐풍새우 사이에서 긴 고민을 했으나 '수제'라는 수식어가 가장 제 마음을 울려서 군만두를 주문했습니다. 

 

기본찬으로는 단무지와 짜사이가 나옵니다.

 

짜사이는 살짝 염도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옛날볶음밥 (7,000원)

볶음밥이 나왔습니다. 드라이하게 볶아낸 소스와 잘 볶은 밥 그리고 계란 후라이로 구성된 구성. 짬뽕 국물 대신 계란국이 나옵니다.

 

일단 대강봐도 건조하게 쭉 볶아낸 짜장 소스가 마음에 듭니다. 

 

계란 후라이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부분.

 

그리고 기름에 바짝 볶은 양파의 떼깔이 영롱합니다. 두근두근

 

조금 덜어서 한입 먹습니다. 짭짤한 맛을 중심으로 깔끔하게 볶아진 짜장 소스의 맛과 알알이 기름기가 코팅된 볶음밥의 고소하고 풍부한 조화에 양파가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물론 소스나 밥이 기름지게 볶아진 것은 아니지만, 볶음밥이기에 필연적으로 느끼함을 지닐 수 밖에 없는데 그 부분을 양파가 완벽하게 보완해냅니다. 아삭한 양파를 씹을때 탁 터지는 시원한 수분이 입안에 남아 있는 기름기를 깨끗하게 밀어냅니다. 양파 자체의 단맛과 상쾌함, 그리고 경쾌한 식감이 매력을 더합니다. 

 

한편 짜장소스나 밥 볶아진 수준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계란국도 감칠맛 넘치고 좋습니다.

 

짜장면 (6,000원)

다음으론 짜장면이 나왔습니다.

 

반숙 계란후라이가 돋보이는 비주얼. 서울에서 계란후라이 없는 짜장면만 먹고 자라온 저로서는 어떻게 먹어야 제일 맛있을지 고민이 되는군요.  

 

확실히 후라이가 있으니 음식의 떼깔이 삽니다. 검정 일색이던 짜장면에 흰색과 노란색 포인트까지 더해지니 보기에도 먹음직스럽습니다. 맛이란 혀 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경험하는 것

 

면발이 부드럽게 들어올려지는 부분도 인상 깊습니다. 면 자체도 탄력있고 탱탱합니다. 

 

사정없이 비벼줍니다. 노른자도 터뜨려서 함께 섞어주었습니다. 짜장면 역시 단맛이 과하지 않은 소스가 좋습니다. 잘 볶인 양파도 소스와 잘 어울립니다. 약간의 새큰한 맛 마저 지닌 느낌으로 소스의 맛을 보완해줍니다.

 

짜장 소스가 탱글한 면을 감싸안았습니다. 괜찮은 짜장면입니다. 다만 면과 함께 먹을때 소스의 인상이 다소 흐려지는 부분이 아쉽습니다. 맛이 좀 더 쨍하게 다가올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양파에 기대지 않으면 다소 임팩트가 약해 금방 물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옛날 수제 군만두 (7,000원)

군만두입니다. 8조각이 나오는군요.

 

부추와 고기가 들어간 만두입니다. 솔직히 말해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바삭하게 튀겨나온 군만두이기에 맛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볶음밥만큼의 감동은 없었다는 것. 그래도 아쉬움없이 먹었습니다. 

 

만족스럽게 짜장면과 볶음밥을 먹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신림 부근에서 식사하러 만만하게 갈만한 식당이 없다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이런 곳이 있었군요. 역시나 제가 몰랐던 것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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