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키친, 충정로 - 포크카레와 새우크림카레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9. 9. 08:34
한창 덥던 여름날. 충정로 부근에서 점심을 해결해야했습니다. 입맛은 없는데 배는 고프고, 도무지 샌드위치 한쪽으로 사라질 허기가 아니어서 어떻게든 식당을 찾아 걸었습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스티브키친'. 카레 한 그릇 먹고 나온 이야기입니다.
스티브키친은 충정로 역에서도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하철로 오기에는 접근성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특히 더운 여름날이라면 땀 뻘뻘 각오해야하는 것..
인근 직장인들을 겨냥한 메뉴 구성입니다. 양식, 일식, 중식이 혼재되어있는 메뉴판. 저는 반반카레를 주문했습니다.
가게 내부는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은 스타일.
나갈때 쯤에야 알았는데 안쪽으로도 자리가 꽤 있습니다. 따로 방 같은 공간이 준비되어 있는 모양
포크카레와 새우크림카레가 반반씩 나오는 반반카레입니다. 비주얼이 꽤 괜찮군요. 좌측의 고동색 카레가 포크 카레, 우측의 황토색 카레가 새우크림카레.
두 카레 사이에 강황밥을 쌓아 갈라놓았습니다. 그리고 위에는 곧 흘러내릴듯 위태한 반숙 계란 후라이 한쪽이 올라갑니다.
고동색 포크카레입니다. 네모나게 썰은 돼지고기 몇 점과 마늘 후레이크가 들었습니다.
황토색 새우크림카레. 새우 한 점이 들었습니다.
우선 포크카레부터 한 숟갈 떴습니다. 염도가 강합니다. 짠맛이 쨍하게 치고 나옵니다. 뒤를 이어서는 강렬한 감칠맛이 찾아옵니다.
염도가 어느 정도 있는 상황에서 강한 감칠맛이 더해져 더욱 짜다고 느낀 모양입니다. 같은 소금 양이라 할지라도 짠맛과 감칠맛을 함께 쓸 때 혀는 짠맛을 더욱 강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냥 아는척한번 해봄
포크카레는 솔직히 제 입맛이 그닥 맞지 않았습니다. 깊은 맛을 내려한 시도는 알겠으나 일단 너무 염도가 너무 높았습니다. 게다가 강한 감칠맛이 목 뒤에 오랫동안 들큰하게 남는 것 역시 다소 아쉬웠습니다. 더운 날 먹기에는 좋지 않은 음식입니다. 짠맛 감칠맛이 너무 강해 맛이 단조롭습니다. 킥이 될만한 맛이 좀 더 섞였으면 좋았을뻔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번엔 새우크림카레를 맛봅니다.
크림카레는 괜찮은 편입니다. '새우'크림카레라고 하기에는 한쪽 덜렁 올라간 것 빼고는 새우의 존재감을 찾기 어렵지만 크림카레로서는 꽤 괜찮습니다. 크림의 풍부한 맛과 카레향이 어우러져 입맛을 당깁니다. 간은 어느정도 있는 편이지만 크림의 부드러운 지방맛 덕에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크림카레 역시 킥이 모자르다는 느낌. 물론 지금도 나쁜건 아니지만 한 그릇을 끝까지 끌고 가기에는 다소 맛이 단조롭습니다. 지방맛에 흔히 매칭되는 신맛을 적극적으로 써본다면 좀더 매력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크림카레는 나름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멀리서 찾아와 한끼를 때울만할 정도는 아닐지라도 근처 직장인들의 한끼 식사 메뉴로는 아쉬울 것이 없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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