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강릉 - 강릉가면 먹어봐야할 장칼국수

여행지의 유우명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행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좋지만, 관광객 입맛에 맞춘 식당에서 줄까지 서가면서 먹는 건 오히려 여행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여행지 식당이라면 들러볼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강릉 여행 때 방문한 '벌집'이 그런 예시에 딱 맞는 곳이었어요. 장칼국수라는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맛과 분위기 덕분에 너무나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강릉에서 명성 높은 장칼국수 집 중 하나인 '벌집'에 방문했습니다. 사실 고추장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고, 칼국수를 아주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서, 아무리 강릉에 왔다지만 굳이 장칼국수를 먹어야 하나 싶은 의구심도 조금 있었습니다. 

 

포스있는 외관

그래도 지인들이 하나 같이 추천하는 강릉 맛집인지라 한번 들러 맛이나 보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금요일 오후 5시쯤 방문했더니 사람이 그닥 많지는 않았습니다. 

 

가게는 테이블석 반 좌식 반으로 운영됩니다. 저희는 안쪽 방에 착석했습니다.

 

장칼국수 단일메뉴. 굳이 따로 주문을 넣지 않아도 인원 수대로 가져다 주는 모양.

 

왜 찍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테이블도 한 컷 찍었습니다. 

내부는 허름한 시골집 스타일입니다. 깔끔한 인테리어 원하는 분이라면 조금 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이런 것도 여행의 재미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이제 도시에선 이런 분위기 보기 어렵잖아요.

 

김치는 두 종 내어주십니다. 어차피 빨간 음식 먹는 거니 저는 굳이 손 대지 않았습니다. 맛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장칼국수 (7,000원)

칼국수가 곧 나왔습니다. 붉은 국물에 고기 고명, 김가루, 깨 등이 올려져 나옵니다.

 

브레이크타임이 끝나자마자 방문해서 그런지 칼국수가 나오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고기 고명이 올라가는 것이 벌집 장칼국수의 특징.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양이지만 이 고기 맛이 은근 국물 떠먹을때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본격적으로 먹어봅니다.

 

일단 국물부터 살짝 떠서 맛봅니다. 사실 장칼국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텁텁하다는 것인데, 벌집 칼국수는 생각보다 국물이 깔끔합니다. 장의 감칠맛과 깊은 맛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목 뒤에 남는 들큰함은 생각보다 적은 편입니다. (아 물론 예상보다는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직접 밀고 썬다는 면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너비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먹는데 전혀 지장은 없습니다. 은근 푹 익힌 타입의 면으로 부드럽게 끊기고 목으로 넘어갑니다.  

 

원래 어느정도 심지가 있는 면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오히려 장 베이스의 국물에는 이런 퍼진 면도 꽤 어울리는 듯하네요. 

 

살짝 매콤하지만 색깔만치 아주 자극적이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입맛이라면 기분 좋게 맵다 느낄 수 있을 수준. 물론 저는 맵찔이라 매워했던 것입니다.

 

국물에 들어있는 고기가 국물의 깊이를 올려줍니다. 얼마 되지 않는 고기 고명이지만 국물 떠먹을때 종종 씹히는데 그 맛이 꽤 좋습니다. 마냥 장맛에 기대는 국물이 아니라 다른 재료들과의 조화도 충분히 이루어져 특유의 텁텁함을 덜어낼 수 있었던 듯 하네요.

 

마지막까지 물리지 않고 기분좋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공기밥 주문하지 않으면 양은 조금 모자란 편입니다. 물론 어차피 여행지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먹어야 하기에 차라리 양이 적은게 이득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러고 보면 여행지에서 먹기 참 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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