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 남영동 - 사르르 녹는 등심주물럭과 우설

유우명 고깃집 몽탄에서 운영하는 등심주물럭/양대창구이 전문점 '초원'. 이 집 우설이 기가 막힌다는 소문을 듣고 한번 방문해봤습니다. 

 

'초원'은 숙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유우명 돼지고기집인 '남영돈'과 같은 골목입니다. 맛집들이 모여있는 바람직한 모습

 

저희는 2층으로 안내 받았습니다. 가게 인테리어는 딱히 인상적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테이블 간격이 넓직 넓직해서 좋긴 하더라고요.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아무래도 소고기 집이다 보니 절대적인 가격이 조금 있는 편입니다. 대신 다른 소고기집과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는 비싸다고 하기 어려운 가격. 그래도 기왕 먹으러 온 김에 이것저것 먹어봐야겠지요.

 

기본 상차림은 이렇게 펼쳐집니다. 

 

수저는 당연히 개별포장되어 나옵니다.

 

전반적인 부수기재들의 모습. 다른 것보다 특히 총각김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무 특유의 알싸한 단맛 없이 새큼하게 잘 익었어요. 소고기와 어울리는지와는 별개로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냉국은 그냥 냉국이었습니다. 왜 찍었지

 

독도 소주 (12,000원)

처음들어보는 이름의 소주가 있길래 애국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나 주문해봤습니다. 맛은 순한 증류식 소주의 맛. 밍밍하다면 밍밍하고 쓰지 않아 좋다면 좋은, 호불호가 갈리는 맛의 소주였습니다.

 

아직 고기가 나오기 전이지만 술을 주문했더니 양무침이 조금 서비스로 나왔습니다.

 

마냥 차가우리라고 생각했던 양무침인데, 막상 먹어보니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쫄깃하고 기름진 양을 따뜻할 때 먹으니 그야 말로 소주 안주. 새큼달달한 양념에 고소한 들깨향이 더해지고 영양부추까지 함께 곁들이니 술 안 마실 수 없겠죠.

 

그렇게 양무침과 놀고 있자니 어느새 불이 올라옵니다. 아직 일행 한 명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사정. 판이 달궈지면 바로 고기를 올릴 겁니다. 

 

한우 등심 주물럭 (56,000원, 2인분)

우선 1인분에 28,000원 하는 한우 등심 주물럭부터 구울 예정입니다. 사진은 2인분,

 

마블링이 오묘하고 영롱한 것이 딱 보기만해도 벌써부터 고소합니다. 

 

첫 점은 직원분이 직접 구워줍니다.

 

고로 할 일 없는 저는 사진 촬영에 더욱 열중할 수 있었습니다.

 

직원분이 구워서 제 앞에 올려준 한 점, 곧장 입에 넣었습니다. 식감이랄 것도 없이 몇 번 씹자 입에서 사라지고 고소한 지방향만 듬뿍 남깁니다. 이날 통틀어 가장 맛있었던 한 점이었습니다. 

 

원래 우설을 먹으러 온 것이었는데 오히려 주물럭에 반했습니다. 오래 익히지 않고 소금만 조금씩 찍어 입에 넣으니 우유마냥 고소한 소기름 맛이 입안 가득히 퍼집니다. 바로 기분이 좋아지는 맛.

 

직원 분이 소스에도 찍어먹길 권해서 그렇게 먹어봤습니다. 간장 베이스 소스인데 안에는 다진 버섯들이 들어 감칠맛을 더합니다. 

 

한점 집어 소스에 살짝 찍고, 

 

버섯 조금 올려 먹습니다. 소스도 맛있긴 하지만, 그냥 먹는게 제 입에는 좀 더 낫더라고요.

 

일행이 모두 도착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구워먹습니다. 이제부터는 직원분이 구워주지 않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구워 먹어야 합니다. 

숯불 화력이 워낙 강한데다 오래 익히면 맛이 덜해지는 부위인만큼 굽기에 다소 난이도가 있는 편인데, 좀 더 도와줬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조금 있었습니다.  

 

물론 안구워준다고 해서 못 구워 먹는건 아님

 

와사비도 찔끔찔끔 올려 먹는데, 꽤나 잘 어울립니다. 

 

일품 진로(27,000원)

이제 우설을 먹을 차례. 일품진로를 주문하며 마음가짐을 다시 합니다. 그나저나 병이 바뀌었네요. 저는 예전 디자인이 더 이뻐보이는뎅

 

불펀이 우설 용으로 교체됐습니다.

 

특상우설(54,000원, 2인분)

1인분에 27,000원 하는 우설이 나왔습니다. 상당히 두툼하군요.

 

이번에도 첫 점은 직원분이 구워줍니다. 

 

저도 구워지는 동안은 사진만 찍습니다. 근데 삐져나온 우설 한조각이 너무 거슬려 

 

그래서 오와 열 맞출 수 있도록  제 자리로 보내줍니다. 

 

직원분의 우설 커팅식 이후에도 쭉쭉 굽습니다. 두터운 만큼 익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

 

드디어 다 구워진 우설을 입에 넣습니다. 와삭와삭 씹히는 탱글한 식감과 그 사이로 뿜어나오는 육즙과 소기름의 고소함이 아주 짜릿합니다. 

 

와사비 살짝 올려 먹으면 딱 맛이 알맞습니다.

 

살짝 느끼할 법한 우설의 지방맛을 깔끔하게 잘라내주는 와사비의 맛. 생각해보면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와사비의 맛을 모르겠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저도 와사비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

 

간장 소스에도 부지런히 찍어 먹습니다.

 

소스 안에 버섯과도 함께 먹어주고요. 두툼한 우설의 식감이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특양(22,000원, 1인분), 대창(15,000원, 1인분)

그리고는 특양과 대창도 주문합니다. 양념에 재워서 굽는 식의 양대창입니다. 기왕 먹는거 메뉴를 다 주문해보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직원분이 구이를 모두 집도합니다. 

 

온전히 사진찍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연기가 후드로 빨려들어가는거 구경하다보면 시간도 잘 감

 

기묘할 정도로 연기가 잘 빨려들어가는 모습.

 

구워진 양과 대창을 먹기로 합니다. 

 

양 쫄깃해서 술 안주로 딱 좋습니다. 양념 역시 크게 맵지 않고 먹을만한데, 사실 앞선 메뉴만큼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대창은 언제나 그렇듯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맛있습니다.

 

몸에 좋지 않더라도 끊을 수 없는 대창기름의 맛..

 

내장탕(9,000원)

내장탕도 먹습니다.

 

살짝 달큰하면서도 진한 국물입니다. 은근 먹어본 것 같으면서도 처음 맛보는 듯한 독특한 맛.

 

무엇보다 안에 들어있는 내장들이 참 기가 막힙니다. 보들보들하게 입안에서 녹아사라지는군요.

 

마늘국수 (4,000원)

디저트로 마늘국수까지 먹습니다. 

 

국물 베이스는 내장탕과 비슷한듯, 달큰한 맛과 진한맛이 동시에 살아있는데 거기에 마늘을 잔뜩 투하했습니다. 마늘의 알싸함이 기분좋게 다가오는데, 집가는 길의 입냄새는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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