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브루어리, 강릉 - 스토리 있는 공간의 수제 맥주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1. 5. 10. 08:42
강릉에 위치한 수제 맥주 브루어리인 '버드나무 브루어리'에 들렀던 이야기입니다. 국내 여행지에서 로컬 브루어리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인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강릉 홍제동에 위치한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일제때부터 양조장으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한 공간입니다.
기존 건물의 외형과 인테리어를 크게 바꾸지 않고 잘 활용해 멋들어진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막걸리 양조장에서 이제는 브루어리로. 과거와 현재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맥주한잔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한 공간입니다. 미국에서 이런 브루어리들을 종종 들릴때마다 한국에도 이런 공간이 있기를 바랬는데, 제가 몰랐을 뿐 이미 존재하고 있었군요.
뒷마당에도 자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이런 공간에서 맥주 마시는 것도 운치 있겠어요.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직접 양조하는 맥주 몇 종과 안주 몇가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첫 방문이니까 샘플러부터 맛봐야겠죠. 180ml 잔으로 네 잔이 나옵니다. 왼쪽부터 미노리 세션, 즈므블랑, 하슬라 IPA, 백일홍 레드에일.
각 잔 마다 버드나무가 한 글자 씩 새겨져 있습니다. 내가 지금 뭘 먹고 있는지 헷갈리지 않아서 좋습니다. 일단 다 먹고 나서 맘에 드는 것을 한잔 씩 더 시킬 요량.
기본 안주로는 참깨스틱이 나옵니다.
주문한 안주로는 피자를 골랐습니다. 무슨 피자를 시키느냐에 있어 오랜 고민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파인애플 때문. 페퍼로니는 먹고 싶은데 파인애플은 먹기 싫은 딜레마 속에 한참 고민하다 결국 그냥 파인애플을 감내하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결국 페퍼로니-파인애플의 단-짠 조합인데 맛이 없을리가 없다는 것. 어쩌면 우리가 파인애플 피자는 무조건 맛이 없다는 도그마에 빠져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주문했던 것입니다.
막상 받아보니 파인애플의 양이 페퍼로니만치 많은 것도 아닙니다. 먹어보지도 않고 싫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페퍼로니와 파인애플 조합은 먹어본 기억이 없기도 하니까요.
일단 한조각 먹어보기로 합니다.
도우도 잘 구워진 듯 하고, 전반적인 비주얼도 나빠보이지 않습니다.
먹어보니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페퍼로니와 파인애플의 조합은 전혀 이상없으나, 토마토 소스와 치즈가 다소 아쉬웠다는 느낌. 물론 여긴 피자전문점이 아니니까요.
도우도 아주 쫄깃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서울에서 맛본 피자들과 비교했을 때도 손색없는 수준입니다. 다음에 와도 안주로 피자는 또 주문할 것 같아요.
타바스코도 구비되어있었던 모양
아무튼 피자를 안주 삼아 맥주를 먹습니다. 맥주에 조예가 깊지 않으니 디테일하게 평을 제가 내리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고, 그냥 전반적인 감상평을 하자면, 맛있는 맥주들이었습니다. 준비되어있는 맥주들이 다들 흔한 맥주라기보다는 한 잔 한 잔에 특색이 살아 있어요. 처음 먹었던 미노리 세션도 시큼하면서 가볍고 상쾌한 맛이 꽤 괜찮았고,
두번째로 먹은 즈므 블랑도 독특한 향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을지언정 제게는 좋았습니다.
쌉쌀한 맛이 강한 하슬라 IPA도 꽤 좋습니다. 원래 제가 IPA를 좋아하기도 하다보니 더 맛있게 먹은 듯.
백일홍 페일에일은 사실 무슨 맛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무튼 잔 마다 글자가 있다보니 하나하나 클리어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피자도 계속 집어가면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여행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어요.
아마 저는 추가로 미노리 세션을 주문해서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IPA도 한 잔 더 먹었던 것 같구요.
만족스런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 강릉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를 가더라도 로컬 브루어리가 있다면 꼭 들러보고 싶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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